몸의 선을 따라 재단하는 법 — 알라이아가 다루는 구조

알라이아의 옷에는 로고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형태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몸을 감싸는 곡선, 잘라낸 자리, 늘어나는 방향까지 계산된 구조입니다. 이 하우스를 이해하는 열쇠는 장식이 아니라 재단입니다.
패션을 배우기 전에 조각을 배운 사람
아제딘 알라이아는 튀니스에서 조각을 공부한 뒤 파리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출발점은 그의 옷을 설명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조각은 표면을 꾸미는 일이 아니라 덩어리를 깎아 형태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는 옷도 같은 방식으로 다뤘습니다. 천을 몸에 두르는 대신, 몸의 선을 따라 깎아내듯 재단했습니다.
1980년대에 그가 니트로 만든 드레스들이 화제가 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늘어나는 소재를 쓰면서도 늘어난 뒤의 형태까지 계산해두는 재단이었고, 그래서 '몸에 붙는 옷'이라는 흔한 범주로는 설명이 잘 안 됐습니다. 그는 컬렉션을 패션위크 일정에 맞추지 않고 준비가 끝났을 때 발표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시즌보다 완성도를 앞에 둔 태도입니다.
천을 몸에 두르는 대신, 몸의 선을 따라 깎아내듯 재단했습니다.
메쉬 — 구조를 드러내는 소재
이 하우스의 문법이 가장 직접적으로 보이는 소재가 메쉬입니다. 촘촘한 구멍이 반복되는 이 소재는 그 자체로 격자 구조를 드러냅니다. 감추는 대신 짜임을 보여주는 선택이고, 옷에서 하던 일을 가방으로 옮긴 결과이기도 합니다.
원피스 메쉬 토트는 이름 그대로 한 장에서 출발한 구조입니다. 이어 붙인 자리를 최소화하면 가방의 형태가 봉제선이 아니라 소재 자체의 장력으로 잡힙니다. 드미 룬은 같은 소재를 반달 형태로 좁혀 어깨에 걸치는 쪽으로 가져간 변형입니다. 두 가방을 나란히 놓으면 하나의 아이디어가 크기와 곡률만 바꿔 어떻게 확장되는지 보입니다.
르 쾨르 — 하나의 형태, 여러 표면
르 쾨르는 이름 그대로 하트에서 온 형태입니다. 이 하우스가 형태 하나를 정한 뒤 어떻게 밀고 나가는지 보기에 가장 좋은 라인입니다. 실루엣은 그대로 두고 표면만 바꿉니다.

기본형은 매트한 가죽으로 곡선을 차분하게 정리합니다. 여기서 광택을 올리면 페이턴트 레더 버전이 되고, 계절을 여름 쪽으로 옮기면 페이퍼 스트로 버전이 됩니다. 형태가 확고하면 소재를 바꿔도 알아보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로고 없이 알아보게 만드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같은 라인 안에서 갈릴 때는 '어느 계절에 더 오래 들 것인가'를 먼저 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매트 가죽은 사계절, 페이턴트는 저녁 자리, 스트로는 여름에 힘이 실립니다.
가방 밖에서도 같은 문법
이 하우스의 태도는 아우터에서도 이어집니다. 랩 코트는 단추나 장식 대신 여미는 방식 자체로 실루엣을 만듭니다. 몸에 두르는 순서가 곧 디자인이 되는 구조입니다.

2021년부터는 피터 뮐리에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이 하우스를 이끌고 있습니다. 창업자의 아카이브를 반복하기보다 '몸과 구조'라는 출발점을 이어받는 쪽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알라이아를 고를 때 브랜드 로고를 찾지 않게 되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습니다. 알아보게 만드는 것은 표식이 아니라 형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