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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토리

가죽을 엮어 서명을 대신하다, 보테가 베네타의 인트레치아토

가죽을 엮어 서명을 대신하다, 보테가 베네타의 인트레치아토

보테가 베네타의 가방에는 이름표가 없습니다. 대신 가죽을 엮은 격자가 있습니다. 그 짜임 하나가 60년 가까이 브랜드의 서명 역할을 해왔습니다.

비첸차에서 시작된 짜임

보테가 베네타는 1966년 이탈리아 비첸차에서 시작한 가죽 하우스입니다. 시그니처인 인트레치아토는 가죽을 가늘게 잘라 손으로 엮어 만드는 기법입니다. 원래는 당시의 재봉틀이 두꺼운 가죽을 감당하지 못해 얇게 저민 스트립을 엮어 강도를 확보한 데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술적 한계에서 나온 해법이 브랜드의 정체성이 된 셈입니다.

이 짜임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봉제선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가죽이 서로를 붙잡아 형태를 유지하며, 무엇보다 로고 없이도 멀리서 알아볼 수 있습니다. 브랜드명과 같은 이름을 단 베네타가 그 원형에 가장 가깝습니다.

보테가 베네타
Veneta 미디엄 레더 숄더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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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타는 어깨에 걸치면 주름을 만들며 몸에 붙는 호보 형태입니다. 구조를 세우지 않기 때문에 짜임의 유연함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크기는 베이비부터 미디엄, 맥시까지 폭이 넓고, 손잡이를 단 스몰 탑핸들 버전도 따로 있습니다.

봉제선을 드러내지 않고, 로고를 적지 않고도 알아보게 만드는 방법. 그 답이 격자였습니다.

가죽 말고도 엮을 수 있는 것

인트레치아토가 흥미로운 지점은 소재를 바꿔도 성립한다는 데 있습니다. 스웨이드로 엮으면 빛을 흡수해 훨씬 차분해지고, 라피아로 엮으면 계절이 통째로 바뀝니다.

스웨이드 계열에는 매듭 손잡이가 특징인 조디와 조디 미디엄 토트, 부드럽게 오므리는 노도가 있고, 더스트백 파우치와 뱅뱅 배니티도 스웨이드로 짭니다. 라피아 쪽으로는 안디아모와 노트 락 탑핸들백이 여름 버전을 함께 냅니다.

연도를 이름으로 쓰는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의 라인업에는 숫자가 자주 등장합니다. 더 1998 숄더백, 로렌 1979 클러치, 로렌 1980 스몰 클러치처럼 연도를 이름에 붙인 모델들입니다. 아카이브에서 형태를 꺼내 다시 짓는다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이름을 가진 모델도 촘촘합니다. 종처럼 아래가 넓어지는 캄파나는 미니로도 나오고, 매디슨·조르노·바바라·더스트백 노테가 각기 다른 숄더 실루엣을 맡습니다. 최근 계열인 안디아모는 미니부터 클러치·파우치·폰 파우치까지 크기를 촘촘히 나눠 하나의 문법으로 일상을 덮습니다.

작은 물건 쪽에서는 짜임이 더 잘 보입니다. 피콜로 미디엄 파우치, 아젠다 클러치, 인트레치아토 레더 클러치가 기본형이고, 온다 스몰 클러치는 인트레치오라는 변형 짜임을 씁니다. 지갑과 카드 케이스는 카세트와 인트레치아토 두 갈래로 나뉘어 있어 취향에 맞춰 고르시면 됩니다.

인트레치아토를 고를 때

같은 짜임이라도 스트립의 폭에 따라 인상이 크게 달라집니다. 폭이 좁을수록 촘촘하고 정교해 보이고, 넓을수록 캐주얼하고 볼륨감이 생깁니다. 또 카프스킨은 형태가 오래 유지되는 반면 스웨이드는 훨씬 유연하게 떨어지니, 원하는 실루엣에 맞춰 소재를 먼저 좁히시면 선택이 쉬워집니다.

가방 밖으로 나온 격자

흥미로운 것은 이 짜임이 가방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인트레치아토 코튼 트렌치 코트와 레더 트리밍 트렌치 코트처럼, 아우터에서도 같은 기법을 씁니다. 가죽 공방의 기술을 의류로 옮긴 사례라 브랜드를 이해하는 데 좋은 단서가 됩니다.

그 밖의 아우터는 소재로 승부합니다. 더블 브레스티드 울 코트, 울 캐시미어 카 코트, 시어링 벨티드 롱 코트가 준비돼 있습니다. 다만 의류는 시즌 회전이 빠른 편이라 마음에 드는 모델을 발견했다면 재고를 먼저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여행용으로는 하드셸에 가죽 디테일을 더한 오디세이 캐리온이 있습니다.

어디부터 보면 좋을까

  1. 첫 보테가라면 베네타브랜드명과 같은 이름을 단 원형입니다. 짜임의 유연함이 가장 잘 드러나고, 크기 선택지도 넓습니다.
  2. 구조가 있는 쪽을 원한다면 안디아모나 캄파나호보처럼 주저앉지 않고 형태를 유지합니다. 출퇴근용으로 무난한 축입니다.
  3. 차분한 인상을 찾는다면 스웨이드 계열조디와 노도처럼 스웨이드로 엮은 모델은 빛을 흡수해 훨씬 조용해 보입니다.
  4. 가볍게 시작하고 싶다면 파우치와 카드 케이스짜임의 밀도는 작은 물건에서 오히려 더 잘 보입니다. 카세트와 인트레치아토 두 갈래 중 고르시면 됩니다.

보테가 베네타는 브랜드를 크게 말하지 않는 쪽을 오래 지켜온 하우스입니다. 그래서 고를 때도 로고가 아니라 짜임의 폭과 소재를 보시게 됩니다. 판매처마다 취급하는 색상과 소재 조합이 다르니, 마음에 드는 모델이 있다면 소재 표기까지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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